“진짜 경찰도 못 믿는다”… 보이스피싱 공포가 만든 ‘불신 사회’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4-17 21:20:19
교통사고 수사 전화도 ‘사기 의심’… 시민 혼란 현실화
경찰 “오해 사례 종종 발생”… 확인 시스템 필요성 제기
[애플온뉴스=수원 이성애 기자] “또 보이스피싱인가요.”
최근 한 시민이 수원장안경찰서를 사칭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았다고 판단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전화는 실제 경찰서에서 걸려온 ‘교통사고 관련 수사 연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범죄 확산이 시민의 ‘기본 신뢰’까지 흔들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 “경찰이라는데… 믿을 수 없었다”
제보자 A씨는 최근 수원장안경찰서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설명하며 연락을 이어갔지만, A씨는 이를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했다.
A씨는 “요즘 워낙 사기가 많다 보니 경찰이라고 해도 쉽게 믿을 수 없었다”며 “계속 전화를 받으면서도 의심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하지만 며칠 뒤 상황은 달라졌다. 실제 경찰차가 자택을 방문하면서 해당 연락이 ‘진짜 경찰 수사’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지만, 처음부터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 경찰도 인정한 현실… “이런 오해 종종 있다”
실제로 경찰 역시 이 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수원장안경찰서 조사관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다 보니 시민들이 경찰 전화를 의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정상적인 수사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개인 사례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 “확인 방법 없어”… 시민 불안 구조적 문제
문제는 시민이 해당 전화가 실제 경찰인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는 경찰서 대표번호로 재확인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방식 외에는 뚜렷한 검증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건 대응 지연 ▲불필요한 오해 확대 ▲경찰 행정력 낭비 등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의 경우 혼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 보이스피싱이 만든 역설… “진짜가 의심받는 시대”
전문가들은 이를 ‘보이스피싱 역설’로 분석한다. 사기 범죄를 피하려는 경계심이 오히려 정상적인 공공기관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은 경찰·검찰·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형태로 진화하면서 시민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의심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사회 전반의 신뢰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 “공식 인증 시스템 필요”… 제도 보완 목소리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전화에 대한 ‘공식 인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발신번호 인증 표시 ▲문자 기반 사전 안내 시스템 ▲공식 앱 연동 확인 기능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A씨는 “이제는 경찰도 먼저 ‘진짜임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시민이 안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오해를 넘어, 보이스피싱이 만들어낸 ‘신뢰 붕괴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가, 다시 시민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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