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성곽이 만든 액자”… 남한산성 ‘여장 창’에 담긴 봄 풍경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4-18 20:04:54

[애플온뉴스=광주 이성애 기자] 남한산성 성곽 위를 걷다 보면,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창’ 하나가 시선을 붙든다. 거칠게 쌓인 돌벽 사이로 뚫린 네모난 구멍. 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바깥 풍경은 마치 액자 속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이 구조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조선시대 방어시설인 ‘여장(女墻)’의 일부다. 여장은 성벽 위에 낮게 쌓은 담으로, 병사들이 몸을 숨긴 채 외부를 관찰하거나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특히 일정 간격으로 뚫린 구멍은 ‘총안’ 또는 ‘타구’로 불리며, 적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화살과 총을 쏘던 기능을 담당했다.

◆ “방어의 틈, 풍경의 창이 되다”

현장에서 바라본 여장의 총안은 단순한 군사 시설을 넘어선다. 네모난 틀 안으로 들어온 나무 가지와 멀리 보이는 도심 풍경이 겹치며, 자연과 도시가 하나의 화면처럼 연결된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전투의 창’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관통한 ‘풍경의 프레임’으로 다시 읽힌다.

특히 봄철 연둣빛 잎이 돋아나는 시기에는, 돌벽의 거친 질감과 대비를 이루며 더욱 선명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일부 탐방객들은 이 지점을 사진 촬영 명소로 삼아 ‘남한산성 액자뷰’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 성곽 구조 속 숨은 과학

안내판에 따르면 남한산성 여장은 성벽 위에 설치된 낮은 담으로,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설계됐다. 여장에는 총안 1개와 원총안 2개 등 다양한 형태의 구멍이 있으며, 병사들은 이 틈을 통해 외부를 감시하고 공격을 수행했다.

또한 여장은 지형에 따라 높이와 구조가 달라지며, 급경사 구간에서는 계단식으로 조성되는 등 군사적 효율성을 고려한 설계가 적용됐다. 단순한 돌담이 아닌, 전략과 과학이 결합된 공간인 셈이다.

◆ “과거의 전쟁터, 오늘의 쉼터”

현재 남한산성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역사·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성곽 위를 따라 걷는 길은 과거의 긴장감 대신 여유와 사색의 공간으로 변했다.

특히 여장의 작은 창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때는 적을 겨누던 시선이 머물던 자리에서, 이제는 시민들이 도시와 자연을 함께 바라본다.

돌로 쌓은 성곽이 만든 작은 틈. 그 안에 담긴 풍경은 단순한 경치를 넘어, 시간을 관통한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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