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경찰도 못 믿는 사회”… 신뢰가 무너진 대한민국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4-18 20:25:38

경찰이 전화받는 모습. (AI 생성)

[애플온뉴스=이성애 발행인] “경찰입니다.”

이 한마디를 듣고도 전화를 끊는 시대가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이제 사람들은 ‘믿는 것’보다 ‘의심하는 것’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그 의심이 이제 ‘모든 것’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 신뢰가 무너진 자리, 불안이 들어섰다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융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신뢰 파괴 범죄’다.

경찰을 사칭하고, 검찰을 사칭하고, 금융기관을 사칭한다.

국가의 이름을 빌려 시민을 속인다.

결과는 명확하다.

시민은 더 이상 국가를 믿지 않게 된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이다.

◆ “의심해야 살아남는다”… 비정상이 된 상식

오늘날 가장 안전한 선택은 ‘의심’이다.

전화를 받으면 끊고,

문자를 받으면 삭제하고,

누군가를 믿기 전에 한 번 더 의심한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그렇게 학습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질문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믿으면 위험한 사회’에 살게 되었는가.

◆ 진짜가 가짜로 의심받는 시대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제는 ‘가짜가 진짜를 속이는 것’을 넘어,

‘진짜가 가짜로 의심받는 시대’가 됐다.

실제 경찰의 전화조차 보이스피싱으로 오해받고,

공공기관의 안내조차 신뢰를 얻지 못한다.

신뢰는 쌓는 데 수십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몇 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지금 그 붕괴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 책임은 시민에게 있는가

많은 대응책은 여전히 시민에게 책임을 돌린다.

“확인하라”

“의심하라”

“다시 전화하라”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다.

왜 시민이 국가를 검증해야 하는가.

왜 피해를 막기 위한 부담이 시민에게 전가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된다.

◆ 이제는 국가가 증명해야 한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시민이 확인하는 구조가 아니라,

국가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전화 한 통이 아니라

공식 인증, 사전 안내, 다중 확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뢰는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 신뢰는 시스템이다

신뢰는 감정이 아니다.

시스템이다.

제도가 신뢰를 만들고,

구조가 신뢰를 유지한다.

보이스피싱이 이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면,

이제는 더 강한 시스템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를 의심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의심이 기본이 되는 사회’로 갈 것인가,

‘신뢰를 회복하는 사회’로 돌아갈 것인가.

그 선택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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