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목소리, 예산이 되다”… 남양주시 주민참여예산 확대, 미래세대 정책 실험 주목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5-08 08:22:22

‘제안→심사→예산 반영’ 경험

안전·환경·생활밀착 의제 중심

지난달 30일 청소년참여기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직접 제안한 주민참여예산 제안서를 시 예산과에 제출했다 (남양주시청= 제공)

[애플온뉴스=남양주 이성애 기자] 청소년이 단순한 ‘정책 수혜자’를 넘어 지역 문제를 직접 제안하고 예산 편성 과정까지 참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남양주시가 추진 중인 청소년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단순 체험형 프로그램을 넘어 ‘미래 시민 교육’과 ‘생활정치 훈련’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제 예산 반영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올해 제안 건수가 6배 증가하면서, 청소년 참여 행정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역 정책 구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불편을 정책으로”…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사회
남양주시는 지난달 30일 청소년참여기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직접 제안한 주민참여예산 제안서를 시 예산과에 제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제안에는 ▲어두운 골목길 가로등 설치 및 보수 ▲청소년시설 인근 금연구역 바닥 안내 표시 ▲도시미관 개선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쓰레기통 설치 등 생활밀착형 의제가 담겼다.

눈에 띄는 점은 거창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체감한 불편을 정책 언어로 바꿔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청소년 정책이 문화·행사 중심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안전·환경·공공질서 등 도시 운영 전반에 청소년 시각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시는 제안에 앞서 ‘청소년 예산학교’를 운영하며 주민참여예산의 구조와 제안서 작성법 등을 교육했다. 단순 의견 수렴을 넘어 정책 형성과 행정 절차를 직접 경험하게 한 셈이다.

◆ “한 번 반영되자 참여 늘었다”… 실효성 입증
실제 정책 반영 경험은 청소년 참여 확대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이 제안한 ‘안전한 귀갓길 만들기 사업’이 실제 예산에 반영됐다. 이후 청소년 주민참여예산 제안 건수는 지난해 1건에서 올해 6건으로 증가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은 ‘의견 청취’보다 ‘반영 경험’에 있다고 분석한다.
청소년 입장에서 자신의 제안이 실제 예산과 정책으로 연결되는 경험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책임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청소년 주민참여예산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미래 시민을 양성하는 민주주의 교육 과정”이라며 “어릴 때 정책 결정 과정을 경험한 세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역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청소년 참여행정, 도시 경쟁력 될까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청소년 참여 정책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지역 공동체 약화라는 현실도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단순 인프라보다 ‘주민 참여 구조’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소년 세대의 정책 참여 경험은 장기적으로 지역 정주 의식과 공동체 신뢰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양주시 역시 이번 사업을 단순 프로그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참여 시스템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청소년의 눈으로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정책으로 제안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다”며 “앞으로도 청소년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청소년은 아직 정책을 논하기 어렵다’는 기존 인식을 넘어, 실제 생활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시민으로서 청소년의 역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미래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우리 동네 문제를 내가 바꿀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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