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밥상 앞에서 엄마가 생각났다
칼럼을 쓰기 전날 저녁, 나는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사흘 전에 만들어둔 반찬이 있었다. 겉보기엔 멀쩡했다. 냄새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손이 가지 않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여름엔 배가 고파도 의심스러운 건 버려라. 배는 한 끼 굶으면 그만이지만, 탈 나면 며칠을 고생한다."
그 말씀 한마디가 냉장고 문을 닫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새로 밥을 지었다.식중독 기사는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쏟아진다. 살모넬라균, 노로바이러스, 장염비브리오… 낯선 이름들이 나열되고, 끓여 먹으라, 손 씻으라는 말이 반복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읽고 나면 왜 가슴에 남지 않을까.
아마도 그 기사들이 우리 삶의 냄새를 담지 않아서일 것이다.
식중독은 통계가 아니라 밥상에서 일어난다. 바쁜 아침에 어제 저녁 남은 반찬을 그냥 내놓는 순간, 더운 날 도시락을 몇 시간째 가방 속에 넣어둔 순간, 마트에서 산 회를 집까지 오는 길에 차 안에서 녹여버린 순간. 식중독은 그 평범하고 익숙한 순간들 사이에 숨어있다.
올여름 유난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밥상이다. 자녀들은 바쁘고, 더위에 장 보러 나가기도 힘들고, 많이 만들어두면 여러 끼를 먹게 된다. 냉장고가 있어도 문을 자주 여닫으면 온도가 오르고, 정전이라도 되는 날엔 속절없다. 식중독 사망자 통계를 보면 유독 65세 이상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또 하나는 아이들이다. 개학 후 급식이 시작되면 집단 식중독 사고 뉴스가 꼭 한 번씩 나온다. 학교 급식실 조리원 한 명이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아서, 혹은 재료 하나가 상온에 너무 오래 방치돼서. 아이 한 명의 배탈이 학급 전체로 번지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이 칼럼에서 거창한 예방 수칙을 나열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만 부탁드리고 싶다.
오늘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의 밥상을 한 번 더 살펴봐 주십시오.
혼자 사시는 부모님 냉장고 안에 오래된 반찬이 있지는 않은지. 아이 도시락 가방 속에 얼음팩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전화 통화하다 한 시간을 그냥 두지는 않았는지.
식중독 예방의 본질은 균과의 싸움이 아니다. 내 곁 사람을 향한 작은 관심이다.
어머니는 여름마다 국을 반드시 한 번 더 끓이셨다. 전날 끓인 국이라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불을 올리셨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몸에 밴 습관이 냉장고가 생긴 뒤에도 남으신 거다. 그땐 그게 번거로워 보였다. 지금은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안다.
뜨겁게 끓이는 것. 의심스러우면 버리는 것.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 밥 한 끼를 챙겨주는 것.
올여름, 그 오래된 지혜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발행인·편집본부장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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