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잔도 야경 지나 만천하서 마주한 단양의 산줄기
[애플온뉴스 단양=이성애 기자] 단양에 들어서니 ‘단양팔경’이라는 이름이 실감 난다.
충북 단양의 팔경은 남한강에 솟은 도담삼봉과 석문, 강과 산이 어우러진 구담봉·옥순봉, 바위의 결이 돋보이는 사인암, 계곡을 따라 자리한 하선암·중선암·상선암이다. 서로 떨어진 명소들이지만 물과 바위, 산이 빚어낸 풍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30분 남짓 걸린 단양은 산줄기 사이로 남한강이 굽이쳐 흐른다. 강가에서는 물길과 절벽을 가까이 보고, 높은 곳에서는 산이 겹쳐지는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풍경의 표정도 달라진다.
단양강 잔도와 만천하스카이워크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낮에는 강 위의 움직임이, 밤에는 물과 바위에 비친 빛이 걸음을 붙잡는다.
◆ 세 바위 앞, 서로 다른 속도로 즐기는 남한강
“야호!”
모터보트가 도담삼봉 앞을 지나자 탑승객들의 함성이 강 위로 퍼진다. 보트가 방향을 틀 때마다 물보라가 일고, 잔잔하던 수면에는 긴 물결이 남았다. 남한강 한가운데 나란히 솟은 세 바위는 그 자리에 서 있지만, 바위 앞 풍경은 배가 지날 때마다 달라졌다.
유람선은 한결 느린 속도로 강을 지난다. 승객들은 물 위에서 도담삼봉의 모습을 바라보고, 강변의 관람객들은 세 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멈춰 선다.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겹쳐 보이던 바위의 윤곽도 조금씩 달라진다.
도담삼봉은 바위만의 풍경이 아니다. 바위 아래를 흐르는 남한강과 뒤편의 산자락, 그 사이를 오가는 배가 어우러져 한 장면을 만든다. 모터보트의 엔진 소리와 웃음소리가 멀어지면 강가에는 다시 차분한 분위기가 돌아온다.
강변에서 몇 걸음만 옮겨도 도담삼봉을 넓게 조망할 수 있다. 단양팔경을 처음 만나는 여행객이라면, 세 바위와 남한강이 만들어낸 이 풍경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도담삼봉에서는 소리가 풍경의 일부다. 배의 엔진 소리와 탑승객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배가 멀어지면 다시 강가의 차분함이 돌아온다. 같은 자리에서 정적인 바위와 움직이는 물길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세 봉우리는 움직이지 않지만,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삼봉을 기억한다.
◆ 1.2㎞ 잔도 아래로 번지는 밤의 빛
해가 진 뒤 찾는 단양강 잔도에서는 도담삼봉과 또 다른 남한강을 만난다. 강변 절벽을 따라 놓인 약 1.2㎞의 데크길은 만천하스카이워크 초입 방향으로 이어진다. 낮에는 절벽과 강을 가까이서 보는 길이지만, 밤에는 조명과 수면이 풍경의 중심이 된다.
단양강 잔도는 본래 접근하기 어려웠던 남한강변 암벽을 따라 걸으며 강과 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길이다. 단양군은 수양개 역사유적과 자연경관을 연결하는 ‘수양개 역사문화길 조성사업’의 하나로 잔도를 조성했다. 2017년 9월 개통한 길은 단양읍 상진리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 인근까지 1.2㎞ 이어지며, 이 가운데 약 800m는 강변 암벽에 설치돼 있다. 낮에는 절벽과 강의 모습을 살피는 길이 밤에는 물 위로 번지는 불빛을 따라 걷는 길로 바뀐다.
길 옆으로 어두워진 강물이 펼쳐지고, 잔잔한 수면에는 강변의 불빛이 길게 비친다. 바람에 물결이 일면 빛의 선이 잘게 흔들렸다가 다시 이어진다. 물 위에 비친 불빛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마치 물 위를 걷는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하다.
잔도 한쪽으로는 바위가 가까이 다가온다. 조명을 받은 바위의 울퉁불퉁한 결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바위에 닿는 빛과 수면에 비친 불빛의 모습이 달라져 발걸음도 자연스레 느려진다.
과천에서 여행 온 이해옥(60·여·과천)씨는 “굽이굽이 물줄기가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어내는 자연의 위대함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며 “맑은 공기와 경관에 스트레스는 다 날리고 힐링된다”고 말했다.
낮에 도담삼봉 앞에서 들었던 모터보트의 함성은 이곳에 없다. 대신 발걸음 소리와 강변의 고요함이 밤길을 채운다. 도담삼봉에서 남한강의 활기를 만났다면, 잔도에서는 물과 바위에 스며든 빛을 따라 천천히 걷게 된다.
◆ 굽이치는 강과 겹겹의 산을 보다
도담삼봉과 단양강 잔도에서 남한강을 가까이 만났다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는 시선이 높아진다. 전망대 발아래로 강물이 산자락을 돌아 흐르고, 그 너머로 단양을 둘러싼 능선이 겹겹이 펼쳐진다. 강변에서는 곁에 있던 물길이 이곳에서는 긴 곡선으로 보인다.
전망대 꼭대기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차례를 기다려 유리 전망 구간에 선 사람들은 발아래를 내려다본 뒤 먼 산으로 시선을 옮긴다. 남한강의 굽이와 산줄기가 넓게 이어져 풍경을 사진 한 장에 담기 어렵다.
2017년 7월 문을 연 만천하스카이워크 주변에는 알파인코스터와 만천하슬라이드, 짚와이어, 모노레일 등 체험시설이 있다. 전망대 인근 카페에서는 땅콩커피와 찹쌀로 만든 디저트, 아이스크림을 즐기며 쉬어 갈 수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팔경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담삼봉 앞에서 본 배의 움직임과 잔도에서 마주한 밤의 불빛을 떠올리며 이곳에 서면, 앞서 걸었던 남한강과 그 강을 둘러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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