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헌법은 책장에 꽂힌 법전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이어야 한다

이성애 기자

leesungae7660@gmail.com | 2026-07-15 17:29:49

 헌법은 가장 높은 법이지만, 정작 시민들에게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법이 된 현실이다. (남양주시= 제공) 

7월 17일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공포된 제헌절이다. 그러나 오늘날 제헌절은 공휴일에서도 제외된 채 달력 속 기념일로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헌법은 가장 높은 법이지만, 정작 시민들에게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법이 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남양주시가 제78회 제헌절을 맞아 정약용도서관에서 ‘헌법을 읽다, 대한민국을 이해하다’ 특별전시를 마련한 것은 의미 있는 시도다. 헌법을 법조인이나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읽고 이해해야 할 생활 속 가치로 끌어내리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헌법은 국가 운영 원칙을 담은 문서이면서 동시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재산권, 행복추구권, 적법절차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등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 대부분은 헌법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들은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사회적 갈등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비로소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적 대립과 이념 갈등이 심화되면서 헌법적 가치보다 진영 논리가 앞서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배척하고, 법적 판단보다 여론재판이 앞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이해다.

헌법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이념의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동의 약속이며, 권력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헌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남양주시가 추진하는 ‘헌법친화도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 헌법친화도시는 단순히 전시회를 열거나 조례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행정의 모든 과정에서 시민의 기본권이 존중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가 확대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까지 함께 보호될 때 비로소 '헌법친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 포함된 ‘반헌법행위자열전’은 역사적 평가와 사회적 논쟁이 존재하는 도서인 만큼, 다양한 헌법 관련 서적과 함께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헌법교육은 특정한 역사관이나 정치적 해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어린이를 위한 헌법 도서를 함께 전시했다는 점이다. 헌법교육은 어른이 된 뒤 시험을 위해 배우는 법률 지식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익혀야 할 시민교육이다. 자신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함께 존중하는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교육에서 시작된다.

제헌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는 날이다. 헌법은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되는 문서가 아니라 행정과 정치, 사법은 물론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는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민주주의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헌법을 읽기 시작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조금씩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번 특별전시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헌법을 가까이하는 시민문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애플온뉴스 발행인 이성애

[ⓒ 애플온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