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높이에서 다시 쓰는 1500년 역사”
고구려대장간마을, ‘유물 수호대’ 체험형 전시

▲동화로 만나는 고구려대장간마을 포스터. (구리시=제공)
[애플온뉴스=구리 이성애 기자] “만약 유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경기 구리시 아차산 자락, 고구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잊히지 않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단순한 전시를 넘어, 역사와 상상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의 체험형 콘텐츠다.
구리시는 지난 3월 28일부터 고구려대장간마을 1층 전시관에서 ‘동화로 만나는 고구려대장간마을, 아차산 고구려 유물 수호대’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 이야기로 살아난 고구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스토리’다. 아차산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단순한 전시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전시는 ‘망각 마왕’이라는 상징적 존재에 맞서 고구려의 기억을 지키는 ‘유물 수호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투구, 보습, 토기, 항아리 등 실제 유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서사를 이끈다.
이는 단순한 어린이용 콘텐츠를 넘어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기억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장치다.
관람객은 동화와 영상 콘텐츠를 통해 유물의 시선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되며, 자연스럽게 고구려의 삶과 문화에 접근하게 된다.
◆ 아차산, 고구려 최전선이었던 공간
이 전시가 더 의미를 갖는 이유는 ‘장소성’에 있다. 아차산 일대는 약 1500년 전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두고 백제·신라와 치열하게 맞섰던 전략 요충지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는 고구려 보루와 함께 다양한 생활·군사 유물이 출토됐다.
고구려대장간마을은 이러한 유산을 기반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단순 전시를 넘어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 ‘동화적 상상력’을 입히며, 어린 세대에게 보다 친숙한 방식으로 고구려를 전달하는 시도다.
이번 전시는 관람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스티커 꾸미기 ▲유물 수호대 임명 체험 ▲토기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수호대 임명 체험’은 어린이들이 직접 ‘유물을 지키는 역할’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단순 관람을 넘어 ‘역사의 주체’로 참여하게 만든다. 이는 최근 문화 콘텐츠 흐름인 ‘참여형·체험형 전시’ 트렌드를 반영한 구성이다.
◆ “왜 기억해야 하는가”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재미있는 역사 체험’에 머물지 않는다. ‘망각 마왕’이라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잊혀지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은유다.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유물은 점점 ‘과거의 물건’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는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삶, 기술, 전쟁, 문화가 응축된 기록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역사 역시 함께 사라진다.
◆ 지역 문화 콘텐츠, ‘교육+관광’ 자원으로 확장
고구려대장간마을은 현재 구리시의 대표 문화 인프라 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립박물관 평가에서 4회 연속 인증을 받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교육·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단위 방문객 유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 전시를 넘어 지역 역사 자원의 콘텐츠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특히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지역 문화시설이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고구려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시는 결국 하나의 방향을 보여준다.
역사는 어렵고 딱딱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야기와 체험을 통해 ‘기억되는 역사’로 전환하는 시도다.
아차산 자락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실험은 지역 문화 콘텐츠가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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