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온뉴스=이성애 발행인]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거리에는 카네이션이 넘쳤고 곳곳에서는 감사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다시 조용해진 방 안에서 누군가는 또 하루를 홀로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며칠 전 한 경로당과 무료급식 공간을 찾았다.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어깨를 주물러드리자 몇몇 어르신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던 한 어르신은 손을 놓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르신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정말 ‘밥’일까.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올해 20%를 넘어섰다. 혼자 사는 노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 돌봄 정책과 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말할 사람이 없다.”
“하루 종일 TV만 본다.”
“누가 와서 손만 잡아줘도 좋겠다.”
우리는 흔히 노인 문제를 경제적 빈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어르신들의 가장 깊은 결핍은 ‘관계의 단절’이었다.
냉장고에 반찬이 있어도, 정부 지원이 들어와도, 하루 종일 한마디 대화 없이 보내는 시간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삶의 의욕을 잃어간다.
최근 고독사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고독사는 단순히 혼자 죽음을 맞는 문제가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아무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사회에서 천천히 지워지는 과정에 가깝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외로움이 이제 일부 어르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사회는 편리해졌다.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신하고 AI가 상담을 돕는다. 비대면 서비스는 일상이 됐다. 하지만 사람의 체온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작은 관심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경로당을 찾는 자원봉사자들, 독거노인을 살피는 이웃, 무료급식소에서 말벗이 되어주는 손길들. 어쩌면 이런 평범한 행동들이 거대한 복지 정책보다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봉사자들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이 웃으시면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다.”
“처음엔 봉사하러 갔다가 제가 위로받고 온다.” 이런 말들이 오히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메시지처럼 들렸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달려가는 데 익숙하다. 효율과 속도를 이야기하고 숫자로 성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사람의 삶은 통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노년의 삶은 더욱 그렇다.
어버이날 하루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행사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관심이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방문 한 번이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따뜻한 손길 하나가 삶을 붙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밥은 하루를 살게 하지만 관계는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것도 어쩌면 ‘사람 사이의 온기’인지 모른다.
어르신들은 거창한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함께 웃어줄 사람, “잘 지내셨냐”고 물어봐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이제는 복지의 양보다 ‘외로움을 줄이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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